1990년대는 한국 자본시장에 있어 ‘혁신의 시대’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1996년 정식 출범한 코스닥(KOSDAQ) 시장이 있었습니다. 기존 코스피와는 다른 벤처 중심의 상장 시스템, 유연한 자금 조달, 기술 중심 기업의 성장이 코스닥을 통해 촉진되면서, 한국 증시는 양적·질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이 글에서는 코스닥의 탄생 배경, 당시 상장 구조의 변화, 벤처기업 중심의 성장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코스닥의 탄생과 상장 구조의 변화
코스닥(KOSDAQ)은 ‘Korea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의 약자로, 미국의 나스닥(NASDAQ)을 벤치마킹하여 1996년 7월에 정식 출범하였습니다. 이는 기존 코스피(KOSPI) 시장 중심의 대기업 위주 주식 구조를 벗어나, 벤처 및 중소기업들이 보다 쉽게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기반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기업이 상장하려면 엄격한 요건과 오랜 절차를 거쳐야 했고, 대부분의 투자자들도 코스피 상장 대기업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과 맞물려, 신기술 기업 중심의 자금조달 시장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코스닥이 도입된 것입니다. 코스닥은 보다 낮은 상장 문턱과 자율적인 정보공시 시스템을 채택함으로써, 혁신기업들이 빠르게 자본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상장 심사 기준 역시 기존 실적 중심에서 기술력, 미래 성장성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하도록 구성되었고, 이는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코스닥 시장의 출범은 단순히 하나의 거래소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 전반의 ‘다층 구조화’를 의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이원화는 자금 흐름, 기업 생태계, 투자 전략 전반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벤처기업 중심 시장의 성장 배경
1990년대 중후반, 한국 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을 국가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당시 글로벌 IT 열풍과 맞물리면서, 국내에서도 기술 기반 창업 붐이 일었습니다. 코스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벤처기업의 성장 통로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당시 정보통신, 반도체, 소프트웨어, 바이오 등의 기술 중심 산업에 종사하던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코스닥을 통해 상장하며 투자금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연구개발 및 인재 확보에 나섰습니다. 예를 들어 안철수연구소, 다날,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등이 코스닥 시장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손꼽힙니다. 벤처기업 중심의 성장은 증시 구조에도 변화를 줍니다. 기존의 ‘재벌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투자자들은 신생기업의 성장 스토리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는 코스닥의 유동성과 변동성을 함께 키우는 결과를 낳습니다. 한편, 정부는 벤처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함께 각종 펀드 조성, 벤처캐피털(VC) 활성화 정책도 추진하였고, 이로 인해 개인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도 코스닥에 활발히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벤처 열풍은 후에 닷컴버블이라는 그림자도 낳지만, 분명 한국 경제에 기술 중심 성장 마인드를 심어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시장 성장과 변동성의 명암
코스닥 출범 이후 1999년까지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합니다. 특히 1999년 2월, 코스닥지수는 1000포인트를 돌파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절정에 달했고, 일부 종목은 단기간에 수백 퍼센트 이상 상승하며 ‘미친 장세’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급등은 동시에 거품을 유발했습니다. 당시 많은 기업들이 실적이 아닌 기대감만으로 상장되었고, 기술 평가와 재무 안정성 검토가 미흡한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자금이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함께 코스닥도 대폭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코스닥지수는 2000년 3월 2800포인트를 정점으로 급락하여, 1년도 되지 않아 500포인트 아래로 하락합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고, 시장에 대한 신뢰도 또한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은 한국 자본시장에 ‘혁신기업 투자’라는 개념을 뿌리내리게 했습니다. 이후 제도 보완과 감독 강화가 이루어졌고, 오늘날에도 코스닥은 기술주, 바이오, 2차전지 등 미래산업 중심의 투자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변동성은 컸지만, 이 시기의 경험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벤처 생태계와 스타트업 생존 기반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스닥의 출범은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 중 하나였습니다. 벤처기업 중심의 시장 구조 도입, 기술 기반 성장 지원, 그리고 자본시장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비록 거품과 붕괴의 그림자도 있었지만, 코스닥은 한국 자본시장에 ‘성장성과 혁신’이라는 가치를 심어준 상징이었습니다. 지금도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코스닥에서 기회를 모색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